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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improvement

독서노트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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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헤르만 헤세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골드문트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을 보면서,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되었던 책이다.

 

소설의 처음은 수도원이 배경이 된다. 수도원에서 젊은 나인데도 학생을 가르치는 영특한 ‘나르치스’가 있고, 신입 학생으로 들어온 ‘골드문트’가 있다. ‘나르치스’는 매우 현명하고, 올바른 신학자로 수도원에서 생활을 한다. 반면 ‘골드문트’는 모두가 ‘골드문트’를 좋아한다. 책보다는 자연과 풍경을 더욱더 사랑하는 사람이다. 수도원에서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인 친구이다. 두 사람은 깊은 토론 끝에 나르치스가 골드문트의 자아를 찾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 골드문트가 받은 충격은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저는 그가 자기 자신을 모르며, 어린 시절과 어머니를 망각하고 있음을 일깨워주었을 뿐입니다. 저의 어떤 말이 정곡을 찔렀고, 그의 어두운 암흑으로 치고 들어간 거죠. 제가 오래전부터 맞서 투쟁해오던 그 암흑으로요. 순간 그는 넋이 나가버린 듯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제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는,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모른다는 눈빛이었습니다. 저는 골드문트에게 자주 말했어요. 너는 잠들어 있다고,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제 그는 깨어난 거죠. 확신할 수 있어요.”

골드문트는 자신의 자아를 알게되었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통해서 수 많은 쾌락, 고통, 질병, 예술을 접하게 된다. 결국 죽을 위기에서 수도원장이 된 나르치스를 만나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나르치스의 관점을 통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수도원의 관점에서, 이성과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선택한 삶이 나은 것은 분명했다. 더 올바르고 더 항구적이며 더 정돈되었으며 더 모범적이었다. 그의 삶은 질서와 엄격한 단련, 지속적인 헌신, 항상 새로운 단계의 청결과 올바름을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예술가나 방랑자, 유혹자의 삶보다 훨씬 낫고 순수했다. 하지만 저 위에서, 신이 보기에는 어떨까? 질서와 훈육의 모범을 보이는 삶, 세속의 감각적 쾌락을 포기하고 고통과 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철학과 기도로 물러나 앉은 삶이 골드문트의 삶보다 나을까? 인간은 원래 정해진 규칙에 맞춰 살도록 만들어졌을까? 예배 시작 종소리처럼 일정한 시간에 딱 맞추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일까? 인간은 원래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를 공부하고, 그리스어를 할 줄 알며, 감각을 죽이고 세상으로부터 도피해야 하는가? 인간은 애초에 신으로부터 감각과 충동을 부여받았고, 피비린내 나는 암흑, 죄와 육욕과 절망에 끌리는 자질을 부여받지 않았는가? 벗을 생각할 때마다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도원장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삶은 청결과 올바람을 추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그러면서도 왜소하거나 천박해지지 않았고 내면의 신성을 말살하지도 않았다. 암흑의 수렁을 허우적거리면서도 성스러운 영혼의 신성한 빛과 창조력을 꺼트리지 않았다.

골드문트 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더라도, 내면의 신성을 꺼트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사람들은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평생에 걸쳐 읽어야 하는 작가라고. 신기하게도 삶의 순간순간, 삶의 대목마다 우리는 헤세를 찾는다. 사춘기, 입시 지옥을 관통할 때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청년기,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길을 잃을 때는 『데미안』을, 특별한 재능이 없어 자기를 부정할 때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게 된다. 입시, 정체성의 혼란, 예술적 고민, 존재론적 회의와 맞서 싸울 때마다 우리 곁에는 늘 헤세라는 ‘영혼의 안식처’가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의 전작을 소설가 배수아의 ‘새 번역’으로 자신 있게 내놓는다. 첫 번째 이야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영성과 지성, 금욕의 화신 나르치스, 자연과 예술, 감각과 열정의 아들 골드문트, 어느 우정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건넨다.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그책
출판일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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