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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은 매번 그 시대의 시대상을 매우 솔찍한 언어로 표현한다. “지렁이 울음소리”는 책 표지 제목의 단편소설을 포함하는 단편 모음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나목”도 포함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그 시대에서 무너진 여성의 인권을 그렸고, 무너진 인권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더욱더 가슴에 와닿았다.
“지렁이 울음소리”에서의 한 대목이다.
“바롸. 지금의 네 애비를. 뭬 그릴 게 있나.”이 말을 할 때마다 남편의 입가에 떠오르는 득의와 회심의 미소가 나는 싫고 징그러워, 남편의 그런 미소가 형편없이 구겨질 일이 일어나기를 나는 옆에서 간절히 바랐다.” (15)
남편이 없는 낮동안 전화가 남편 대신 내 상전 노릇을 하는 셈이었다. (48)
얼마나 가슴아픈 내용인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화나가는 대목이다.
현재 내가 일에 얽매여 있어, 평일에는 회사의 연락에 눈치보면서 움직이는 그런 상황들이 보여서 나도 핸드폰이 내 상전 노릇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소설에서는 이러한 대목도 있다.
지레 겁을 먹고 훈이를 땅에 뿌리 내리기 쉬운 가장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는 데까지 신경을 써 가며 키웠다. 그런데 그게 빗나가고 만 것을 나는 자인했다. (584)
교육관에 대한 내용이다. 인간은 유기체이다. 모두가 개성이 있고, 생각이 있다. 짐짓 나는 너무 무난한 품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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